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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축제에 영향을 주는 한파는 처음이다. 이천백사산수유축제나 구리한강유채꽃축제 등 봄꽃축제는 꽃의 개화시기가 늦어 꽃 없는 꽃축제가 되었고, 서천주꾸미축제 등 농수산물축제도 작황이 안 좋아 축제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특히 녹차농가의 냉해피해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녹차축제의 개막마저도 우려케 했었다. 녹차 농가의 바쁜 일손을 나눠야 하는 곡우(4월20일) 날에 한숨 소리가 온 차 밭을 휘감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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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는) 벼 농사뿐 아니라 차인(茶人)들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는 날이다. 햇차의 첫 맛을 보는 기뻐야 할 날에 혹한으로 찻잎이 동사상태인데다 찻싹도 늦게 나와 일손이 모자라기는커녕 할 일이 없어진 것이었다. 찰 한(寒)과 가물 한(旱) 이 겹치니 한 맺힐 한(恨)과 한가할 한(閑)이 된 것이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가 각각 17억원과 15억원의 녹차냉해 피해농가 지원금을 내 놓았지만 농가의 아픔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 구제역으로, 이상저온으로, 그리고 FTA로 농가의 시름은 더 해가고 있는 가운데 ‘왠 축제냐?’가 아니라 ‘축제로 넘어서자’라는 하동군과 보성군의 민생 케어능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녹차산지에서 보성다향제와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같은 날(5월4일) 개막해서 같은 날(5월8일) 폐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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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7회째를 맞이하는 보성다향제는 보성녹차 대축제라고도 하며 ‘녹차의 향연! 삶의 여유 속으로’를 슬로건으로 40여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대히 끝났다. 차(茶)만들기와 찻잎따기, 햇차 무료시음, 다례시음, 녹차음식 만들기 등 인기 있는 차문화 행사를 성대히 열었으며 녹차요리경연대회와 녹돈시식회 등도 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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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를 맞은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3년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축제의 위용을 과시하듯 ‘왕의 녹차, 녹색 풍류’를 모토로 대한민국 차인 한마당, 녹차 세족식, 접빈다례(接賓茶禮) 등의 다인문화 체험 뿐 아니라 섬진강달빛차회, 최참판댁 오색찻자리, 산사음악회 및 열린음악회 등 수준 높은 문화행사를 지리산 자락의 쌍계사 아래와 화개장터 그리고 평사리공원 등에서 펼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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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왕국 슬로시티 하동을 자랑하고, 녹차수도 보성을 입증하기 위해 녹차냉해의 아픔을 녹차축제로 치료한 두 고을의 문화적 승리에 세계인은 지금 감탄하고 있다.
내년에도 한파는 찾아 올 수 있다.
뿌리까지 얼어 죽은 차나무의 생육에 새로운 재배법이 연구 개발되길 모든 차인들은 원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연구의 적극적 투자결실이 내년 녹차축제에서 학술발표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