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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립오페라단장 선임문제와 정명훈 논란에 대하여
TheFestival 기자    2015-02-02 10:55 죄회수  8920 추천수 4 덧글수 4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예술가의 가치와 예술행정

(국립오페라단장선임문제와 정명훈논란에 대하여)
  - 펠리체싱어즈 대표 박준석 -



대한민국예술계는 고사상태에 빠져서 응급처치를 필요로 한지 오래되었다. 필자가 속한 음악계만을 중심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해마다 전국의 음악대학에서 수 천 명의 졸업생들이 나오지만 이들을 위한 변변한 일자리는 단 1%도 없다고 한다. 이러한 열악한 수급구조임에도 각 학교는 신입생 선발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성추행 등 여러가지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사랑의 한 모습인 연민의 눈길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산소호흡기도 없이 방치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이러한 음악계에서 국립오페라단장 하나가 누가 되었다고 음악계가 초상 난 것처럼 난리인데 이 것은 음악계만의 문제는 단연코 아니다. 누가 되든 상관이 없으나, 이 번 국립오페라단장 이슈를 짚어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오페라 극장을 해당 예술인들의 것으로 가져와야 한다. 먼저 오페라 합창단과 관현악단, 발레단, 예술스텝이 있는 오페라단이 되게 한다. 이것이 오페라단이다. 오페라가수 몇 명을 모아놓은 동호회가 국립오페라단일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그랬을지 모르나 신임 오페라단장은 오페라를 제작하는 예술인들이 오페라극장을 가진 오페라단, 그런 오페라단을 만들면 된다. 이것이 유일한 기준이다. 오페라계의 저명한 누군가가 국립오페라단장이 되는 것이 음악계의 뜻이란 말인가? 내정된 오페라단장도 이런 뜻이 없다면 나서서는 안될 일이다. 이제는 제발 후배와 제자가 무서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정명훈 지휘자는 우리가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휘자다. 필자가 유럽에 유학가서 집을 얻고서는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하도 간절히 원하길래 노래를 불렀더니 민망하게도 집주인 노부부가 울어서 눈물의 콘서트가 된 적이 있다. 축구를 좋아해야 손흥민이나 차두리가 얼마나 공을 잘 차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동네 축구 주전공격수가 얼마나 위대한지도 알 수 있다. 그렇듯이 그 때는 그저 동네 대표선수에 불과한 음악가였는데 감격하며 격려해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명훈의 가치는 어떠하며 그 가치를 누가 인정해주어야 할까? 스포츠 스타는 많은 관중들의 관심을 받지만 그것이 연봉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 사이에 스포츠행정가들이 있다. 물론 위대한 이 지휘자가 만들어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는지로 그 가치를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가치를 알아서 대우해 주고 예술가가 맘껏 시민들을 위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주도록 지켜주고 격려해주는 자리가 예술행정가의 몫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예술도 잘 알아야 하고, 예술가의 가치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시민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가도록 도와서 시민들이 많은 세금을 들여 세워준 지휘자에 만족하고 자랑스러워 하도록 해주는 능력있는 행정가가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아는 예술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감싸줄 때 예술가는 그 힘으로 음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명훈지휘자는 더 아끼고 더 선용해 주어야 한다.

 

어느 일간지 사설에 음악계원로들의 말을 빌어 사과와 후배양성을 요구했는데 우리 시민들은 그리 요구할 수 있으나, 예술계의 원로라면 대체 불가능한 재능을 온몸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 지휘자의 예술행위 이외의 문제들로 돌을 던질 때 서로 밥 한번 먹은 적이 없더라도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리 해야 한다. 필자 자신도 정명훈지휘자가 국립오페라 해체과정에서 많은 예술가들을 냉대했던 일에 분노했으나, 정명훈 지휘자를 잃는 어리석은 짓을 절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배양성은 학교와 예술의 가치를 아는 그 사회의 몫이다. 어디 정명훈 지휘자가 누군가의 추천으로 세계무대에 인정되었던가? 

 

필자가 있던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갑자기 음악회가 매진되었는데 그 이유는 단지 마에스트로 충(그들은 그렇게 불렀다)이 오기때문 이었고, 다녀온 지인이 다음날에도 그 감동을 목을 놓아 쏟아 놓았던 것을 기억한다. 정명훈은 우리 곁에 없으면 정말 아쉬운, 그런 가치를 가진 음악가다. 물론 모든 시민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그의 가치는 변치 않는다. 그 어떤 스포츠 스타나 역대 정치인과도 정명훈은 절대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예술계에서는 추앙을 받는다.

 

오페라단장이 누가 되었는가가 음악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단이 아니다. 제작을 위한 스탭과 예술가들 즉, 합창단, 오케스트라, 무용단, 예술감독이 있어야 오페라단인 것이다. 신임 오페라단장의 내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나 신임 오페라단장으로 내정되는 사람이나 모두 현실의 벽에 부딪쳐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하면 자리싸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도 좋게 봐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휘자 정명훈은 서울시장과 예술행정가들, 그리고 시민들이 아껴 줘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그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돌려줄 수 있는 예술가이기에. 예술행정가는 예술의 가치를 지켜 나가고 예술과 예술가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자리이지 명성에 대한 보답으로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기에.


태그  박준석 칼럼,정명훈지휘자,국립 오페라단장,예술행정,펠리체싱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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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pi   2015-02-03 00:13 수정삭제답글  신고
ㅎㅎ 정말 국립오페라단장 하나가 누가 되었다고 음악계가 초상 난 것처럼 난리를 피우는 이유가 뭘까요?
Michael   2015-02-02 23:49 수정삭제답글  신고
그쵸 ~ 어떻게 만들어진 실력인데 값싸게 넘기나요 예술가를 무형 문화재 이상으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사계절2   2015-02-02 23:46 수정삭제답글  신고
예 맞습니다, 가슴에 꽉  와 닿는 말씀이시고, 예술 - 예술가 - 예술행정 - 예술지원 새롭게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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